> 유통정보 > 유통관련기사
제목
중도매인이 1,200억 최고경영자에 ‘도매시장의 기적’
글쓴이
이충건
보도날짜
2012.01.05
언론사
디트뉴스24
작성일
2012.01.05 12:08:24
내용

 중도매인이 1,200억 최고경영자에 ‘도매시장의 기적’
[CEO가 사는 법⑥]전국 ‘최고’ 반열 대전중앙청과㈜ 송성철 회장 

농림수산식품부는 도매시장 운영 개선과 경영개선을 위해 매년 도매시장법인을 평가한다. 평가대상은 공판장을 포함한 전국 81개 도매시장 법인이다. 대전에도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 법인 2곳과 공판장 2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중앙청과㈜는 지난 1994년 법인 설립이후 전국 최상위를 놓친 적이 없다. 올해에도 물량집하활동, 고객만족도, 재무건전성 등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우수평가를 받았다. 1위인 서울청과㈜(서울가락시장)와는 불과 0.7점차로 2위를 차지한 것. 대전중앙청과는 그동안 최우수만 5회를 비롯해 모두 12회나 우수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2010년 매출 1,200억 원을 첫 돌파했다. 정부에서도 ‘도매시장의 기적’이라고 평가하는 대전중앙청과 송성철(63) 회장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농사꾼→중도매인→경매사→도매시장 법인대표 ‘농산물 유통을 꿰뚫다’ 







송성철 대전중앙청과 회장

20대 초반의 청년 송성철, 그는 농사꾼이었다. 충남 대덕군 회덕면에서 꽤 큰 규모로 하우스참외를 재배했다. 정성껏 키운 참외를 대전역전시장에 출하하던 일을 3년간 반복했다. 농민이 농산물을 출하하면 중도매인을 거쳐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걸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돈을 벌려는 마음보다는 순전히 호기심이었어요.” 청년은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마침 삼성시장으로 도매시장이 이전하면서 그곳에서 중도매인 허가를 받았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중도매인으로 살았다.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까지 무려 20여 년을 중도매인으로 활약한 것. 도매시장 법인이 농산물을 상장하면 경매사를 통해 시장에서 필요로 한 수량을 예측해 경락받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그는 중도매인 계통에서는 가장 성공한 인물로 꼽혔다. 끝없는 호기심으로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경매사. 오정동 도매시장에서 경매사로 일하면서 대전청과㈜의 임원까지 지냈다. 농사꾼으로 시작해 중도매인, 경매사를 거쳐 도매시장 법인의 관리까지 농산물 유통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섭렵한 셈이다.

농산물 유통에서만큼은 전국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그는 대전 제2호의 도매시장 법인 대표가 됐다. 1994년 3월 1일 대전중앙청과㈜는 그렇게 태어났다.

농림부장관이 새벽 1시에 그를 만나러 온 이유

대전중앙청과는 국내 도매시장의 혁신을 주도했다.

1999년 4월 15일 당시 김성훈 농림부장관과 홍선기 대전시장이 새벽 1시 오정도매시장을 방문한 건 역사적 사건이었다. 아무리 내 고장이라지만 광역단체장과 장관이 동시에, 그것도 이런 시간에 도매시장을 찾기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랬을까? 전국 최초의 ‘무선응찰식 전자경매시연회’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 대전중앙청과가 특허출원까지 받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송 회장은 곧 특허를 농림부에 반납했다. 전국 도매시장의 전자경매 일반화를 원하는 농림부의 뜻에 따른 것. 지금은 전국의 모든 도매시장에서 전자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혁신으로 대전중앙청과는 법인 설립 첫 해부터 농림부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평가를 받았다. 1997년 첫 ‘최우수 평가’로 전국 최고의 도매시장 법인의 반열에 오르더니 네 차례나 그 자리를 지켰다.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진출… 인생 최대의 위기, 그리고 기회 





 전국 2만 농민과 130명의 중도매인 등의 삶의 터전인 대전중앙청과 공판장 전경

오정도매시장에서 8년간 황금기를 구가하던 송 회장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대전시가 노은도매시장을 조성하면서 이곳으로 진출하게 된 것.

사실 송 회장은 물론 대전의 그 어떤 도매시장 법인이나 공판장도 노은시장 진출을 꺼렸다. 제비뽑기를 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10여 년 전 지금의 대전월드컵경기장 일대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기 때문. 중부권 최대 규모의 오정도매시장을 떠나 노은시장에 들어가는 건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정한 건 송 회장의 대전중앙청과. 불행하게도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2002년부터 파리만 날리는 시절을 보내야 했다. 송 회장과 함께 노은시장 개척에 나선 중도매인들도 참지 못하고 하나 둘 오정동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시련의 세월은 너무나 길었다. 남은 중도매인들과 임직원들을 다독이는 게 그에게 남은 가장 큰 일이었다. “기회는 반드시 위기 속에서 찾아옵니다.”

노은지구 개발과 함께 노은도매시장에도 봄이 찾아왔다. 예전의 매출을 서서히 회복하더니 2010년 1,2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도 1,200억 원대. 오정도매시장에서 법인 설립 후 견지해온 ‘최고의 도매시장’이란 타이틀도 5년간 내려놨다가 2007년부터 영예를 되찾았다. 4년간 연속으로 ‘우수’,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


대전중앙청과 신승연 부사장은 “출하자인 농민부터 중도매인, 경매사, 최고경영자까지 모두 거친 유일한 도매시장 대표가 송 회장”이라며 “도매시장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위기극복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가슴으로 유통하다” 





대전중앙청과는 지난 2005년부터 매년 ‘행복가득, 사랑의 김장담그기’ 대축제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에도 열심이다. 사진은 한 자원봉사자로부터 김장김치를 건네받는 송성철 회장

송 회장에게 “어떻게 위기를 이겨냈느냐”고 물었다. “가슴으로 유통해야 한다”고 그가 대꾸했다. “가슴으로 하는 유통이 뭐냐”고 했더니 “서로 입장이 상반되는 농민과 법인, 그리고 중도매인이 소통으로 화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내내 이렇게 추상적으로 말하는 걸 즐기는 듯 했다. 이런 식의 일문일답이 이어졌다. 따지듯 묻기도 했지만 그는 느긋하게 한 마디로 딱 잘라 대답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백과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가슴으로 하는 유통’의 정의가 내려졌다.

생산자(농민)나 법인은 더 비싸게 팔려고 하고, 중도매인은 보다 싸게 사려고 하는 건 인지상정, 어떻게 보면 ‘적(敵)’이 되기 십상인 생산자-법인-중도매인을 하나로 묶는 게 성공의 비결이란 게 송 회장 얘기의 골자다. 생산자(농민)를 대신하는 법인과 보다 싸게 사서 이문을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는 중도매인을 하나로 만드는 게 ‘가슴으로 하는 유통’인 셈이다. 이런 경영철학 덕분에 대전중앙청과는 중도매인과 법인 간 화합이 잘 이뤄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매시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중앙청과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전국의 농민은 2만여 명.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이곳을 드나든다. 이곳에서 일하는 중도매인도 130명에 달한다. 이곳을 터전삼아 오후부터 그 다음날 오전까지 농민과 경매사, 중도매인들은 매일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치열하지만 따뜻합니다. 중도매인들 간에도 빈익빈부익부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들 사이를 조율하는 게 관리자의 역할입니다.”

전자경매에 이은 또 다른 혁신 ‘친환경’

대전중앙청과는 최근 친환경농산물저온경매장을 전국 최초로 건립 중이다. 국비 5억 원, 시비 5억 원이 투입되는 데 현재 공정률이 80%를 넘어섰다. “전국 첫 전자경매에 이은 또 다른 도매시장의 혁신”이란 게 송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도매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이 ‘친환경’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FTA(자유무역협정)는 자국 농산물을 보호할 장치를 무력화시킨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안전농산물’, 일본은 ‘ISO22000'이란 인증을 통해 자국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생산의 변화와 소비자 의식에 호소하는 순전히 심리적인 방법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대중화가 돼 있지 않아 백화점 등에서 고가로 판매되는 게 고작이다. 수많은 농가에서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지만, 공급물량에 비해 판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 이렇다보니 ‘친환경’ 제품이 ‘친환경’ 마크를 뗀 채 팔려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송 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매시장이 친환경제품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환경농산물 저온경매장은 그래서 올 상반기부터 대전중앙청과가 전국 처음으로 가동한다.

“FTA 체제에서는 국산 농산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요. 그래서 미국은 미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선 겁니다. 우리는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어요. 도매시장에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와야 친환경농산물 유통이 활성화되지 않겠어요?”

도매시장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전진기지가 되면 동네상권도 보호할 수 있다는 송 회장의 논리도 그럴듯했다.

도매시장이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기 시작하면 동네상권에서도 도매시장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 이를 통해 동네상권이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친환경농산물 저온경매장은 대전중앙청과의 5년간 숙원사업이었어요. 전자경매를 전국 최초로 했을 때처럼 가슴이 떨려옵니다. 친환경저온경매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다시 한 번 국내 도매시장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할 겁니다.”

“5월 15일 생산자-유통인-소비자 하나 되는 축제 열 터” 




대전중앙청과는 지족초, 유성여고에 3천만원을 지원하는 학교사랑결연협약을 맺었다.

대전중앙청과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에도 열심이다.

송 회장은 지난해 3월과 4월 유성여고와 지족초에 1년에 1천만 원씩 3년간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모두 6천만 원이다. ‘해피스쿨(Happy School) 조성을 위한 대전교육사랑’ 사업의 일환이다. 지원금은 학교에 필요한 시설이나 교육기자재, 불우학생 장학금 지원 등으로 활용된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행복가득, 사랑의 김장담그기’ 대축제도 벌이고 있다. 매년 1만 포기의 배추와 양념류 일체를 제공하고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가 봉사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담근 김치는 소외계층에게 전달된다.

오는 5월 15일에는 유성구 ‘유성온천 핫페스티벌’과 연계해 ‘제1회 한마당 대축제’도 마련한다. 생산자(농민)-유통인-소비자의 화합과 도매시장의 이미지 제고 및 홍보를 위해 축제다. “즐길 거리, 먹을거리, 볼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그야말로 시민축제가 될 겁니다. 생산자와 유통인, 소비자에 대한 포상도 준비하고 있습니다.”